솔직히 저는 전통시장을 좋아했습니다. 활기찬 분위기와 정겨운 대화가 매력적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유명 전통시장에서 친구와 함께 겪었던 일 이후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메뉴판에도 없는 '모둠'을 추천받아 주문했는데, 계산 시 예상보다 두 배 가까운 금액이 나왔고 카드 결제조차 거부당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최근 광장시장 순대 사건으로 또다시 전통시장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관광객만 노리는 배짱 영업, 왜 계속될까
전통시장 바가지 논란이 터질 때마다 궁금했습니다. 이렇게 욕먹으면서도 왜 바뀌지 않는 걸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유명 전통시장의 주요 고객층은 관광객이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해외에서까지 새로운 손님이 끊임없이 찾아오니 굳이 단골을 만들 필요가 없는 구조입니다. 한 번 바가지를 씌워도 그 손님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대신 내일 또 다른 새 손님이 옵니다.
제가 외국인 친구와 시장에 갔을 때 느꼈던 미안함도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친구는 현지 물가를 모르니 비싼지 싼지 판단할 수 없었고, 저 역시 여행 중 한 번 쓰는 돈에 얼굴 붉히기 싫어 그냥 계산했습니다. 상인들은 바로 이 심리를 정확히 파고듭니다.
더 큰 문제는 노점과 상점의 구조적 차이입니다. 상점은 고정된 간판이 있고 지도 앱에도 등록돼 있어서 최소한의 리뷰 관리라도 신경 씁니다. 하지만 노점은 대부분 불법 운영이라 사업자 등록도 안 돼 있고, 카드 단말기 설치도 불가능합니다. 별점 테러를 당할 일도 없죠. 책임질 일이 없으니 배짱 영업이 가능한 겁니다.
세금으로 연명하는 전통시장, 과연 낭비일까
전통시장이 경쟁력을 잃어가는데도 정부는 왜 계속 지원할까요? 저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대형마트가 등장한 이후 약 20년간 전통시장에 쏟아부은 세금은 상상 이상입니다. 시설 보수에 막대한 예산을 쓰고, 온누리상품권을 10% 할인가로 뿌려 가격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심지어 대형마트는 새벽 영업을 금지해 경쟁 자체를 막았습니다.
공기업에서 일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평가 항목에 온누리상품권 구매 실적이 포함돼 있어 억지로 사야 하고, 직원들 보너스나 성과급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일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심지어 한 공기업은 민간 기업과 거래할 때 대금을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해 갑질 논란까지 일으켰습니다.
청년 세대인 제게는 솔직히 불공평하게 느껴졌습니다. 경쟁력 없는 산업을 세금으로 떠받치는 건 시장 원리에 어긋나는 것 같았으니까요. 저는 직장에서 월급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는데, 정작 그 돈이 위생도 안 지키고 바가지까지 씌우는 곳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는 게 납득이 안 됐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을 보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만약 지금 당장 전통시장 지원을 끊으면 대량 폐업이 발생하고, 고령의 상인들은 재취업이 불가능해 노인 빈곤층이 급증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기초연금과 생계비 지원으로 오히려 더 많은 세금이 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었습니다.
게다가 전통시장에서 쓴 돈은 지역 경제에서 순환하지만, 대형마트에서 쓴 돈은 서울 본사로 빠져나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지만, 최소한 '무조건 낭비'라고만 볼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화하는 시장만 살아남는다
그렇다면 전통시장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까요?
제가 최근 경동시장에 갔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전통시장 안에 스타벅스가 있었거든요. 옛것과 새것이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힙한 감성이 느껴졌고, 실제로 젊은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시장 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소비로 이어지더군요.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전통시장의 매출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시장의 숫자 자체는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이는 잘되는 곳만 독식하고 나머지는 도태되는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동네 장 보러 가는 전통시장은 점점 줄고 있고, 대신 맛집 투어나 관광 목적의 핫플레이스 시장만 살아남고 있습니다. 전체 상점 수는 줄고 음식점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뭔가를 사러 가는 곳이 아니라 먹으러 가는 곳으로 변하고 있는 겁니다.
핵심은 차별화입니다. 시설 보수로 대형마트를 흉내 내거나 상품권으로 억지 가격 경쟁을 할게 아니라, 전통시장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유명 셰프와 협업해 지역 특산물로 메뉴를 개발하거나, MZ세대가 좋아하는 감성을 입히는 식의 시도가 계속 필요합니다.
결국 정부 지원은 영구적인 산소호흡기가 아니라 자립을 위한 마중물이어야 합니다. 상인 스스로 변화하려는 의지 없이 세금만 쏟아붓는다면 그건 정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맞습니다. 제가 다시 시장을 찾고 싶은 이유는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닙니다.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정하고 따뜻한 '정'을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바가지 상술로 그 기대를 배신한다면, 아무리 세금을 쏟아부어도 청년 세대는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VAe9RMYrcU4
전통시장, 광장시장, 바가지 상술, 온누리상품권, 노점 문제, 관광지 시장, 경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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